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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과 정보들/특별한 경험

이숙(이모부)의 장례식_20180413

by 쭌스파 2023. 2. 9.

큰아버지를 보내드렸던 글을 쓰다 보니, 이전에 이모부 돌아가실 때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찾아봤다.

다행히, 그때의 감정, 기억 등이 고스란히 반영된 글이 남아있다.

5년도 더 되어 버린 이야기라 솔직히 그때의 슬픈 감정은 잘 남아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에게 있어 어떤 사람인지는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글이라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 2018년 5월에 쓴 글 -

 

때는 2018년 4월 13일 금요일. 회사에서 회의 중이었는데 갑자기 카톡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어떤 미친놈의 장난이지 하면서 폰을 책상에서 내려서 열어보니, 친척형이었다.

"이숙 돌아가셨다."

 

그냥 멍했다.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성숙해져 간다고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는 이렇게 가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 깨닫고 있었다.

 

급히 부서장이랑 이야기해서, 반차를 썼다. 그리고 집에 가서 씻고 준비하고 내려갔다.

친척 형이 데리러 와서, 바로 장례식작을 가보니, 이모부께서 참 많은 사람을 두루 알고 계셨구나..라는 게 보였다.

 

향년 67세, 친척형 2명, 친척누나 1명이 이룬 대가족으로 인해 이숙의 손주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이모는 지치셨는지 주무시고 계셨다.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따르고, 절을 하려고 하니 아버지가 뒤늦게 날 확인하시고는 오셨다.

"같이 해야지"

 

상주와 같이 절을 한 후, 바로 식사하는 자리로 빠져나왔다. 나 스스로가 큰 힘이 되겠냐는 생각에서다.

재작년 큰 고모부 돌아가셨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었는지, 큰 마음의 동요는 없어 보였다.

나 역시도, 명절에 내려가서 이숙이 얼마 남지 않으셨다는 부모님의 말에, 가서 얼굴은 뵈고 왔었고, 때는 좀 고생하시는 아픈 사람 정도로만 보였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이미 암이 전신에 퍼져서 손을 쓸 수 없다는 의사의 말은 들었었지만, 그게 2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을 텐데..

그리고 큰아들인 친척형은 이미 어른들 사이에서도 의젓하기로는 유명하니, 다들 큰 걱정은 없어 보였다.

오랜만에 친척형들이 다 모였다. 어렸을 때 졸졸졸 쫓아다니기 바빴던 형들이, 나보고 다 컸다고 한다. 이미 30대 중반이니 다 크긴 큰 거다.

그렇게 당일은 1시쯤 헤어지고, 다음날 계속된 컨디션 난조로 일어나지 못했다. 입관을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님 입장에서는 우리가 입관까지는 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외가이기도 하고, 이미 손주들과 자식들이 많은 상태라서.

그리고 다음날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일도 도왔다.

 

하지만 역시나 감기 몸살 및 알러지성 비염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던 내겐 몸이 무리가 많이 갔나 보다. 다음 날 발인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현실 속으로의 복귀.....

 

내게 있어 이숙의 존재는 어렸을 때는 천상 뱃사람, 커서도 천상 뱃사람이셨던 건강하셨던 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돌아가시기 전까지 수십 년을 섬에서 자라오신 분이고, 돌아가시기 전 날에도 섬에 들어가셔서,

마지막으로 사람 다 만나고 나오셨다고 한다.

단순히 허리 통증이 지속되기에 병원을 갔는데 췌장암 말기에 이미 전신으로 암이 퍼져있던 상태라니.....

 

내게 있어서도 이숙은 참 고마우신 분이다. 바다에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주신 분이고,

생선을 잘 못 먹는 나 때문에라도 팔려고 가지고 오신 고기도 내어주시며,

거문도 놀러 갈 때마다 이런저런 즐거움을 알려주셨던 분.

고등학생이던 내게 배를 직접 몰게도 하시고, 다 컸으니 장가가라는 말은 정말 많이 하시던 분.

 

불과 그러하셨던 분이 판정받고 돌아가시는 데까지 걸린 시간 2달.

뭔가 허무하고 무섭고, 또 언젠가 내게 닥쳐야 할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고. 무섭다 모든 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젠 몸 관리 해야 할 나이인 것 같다.

 

이숙,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편안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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